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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udato si

[스크랩] [5/17 기도 소식] 곡기를 끊고 노숙하면서 기도를 한다

by DOUGH 2010. 5. 18.

 

 4대강사업 중단촉구 전국사제단식기도회

        오후 3시 생명평화미사

        저녁 7시 촛불침묵기도

        장소 : 명동성당 들머리

 

 

곡기를 끊고 노숙하면서 기도를 한다

 

[4대강사업중단촉구 전국사제단식기도회]-1일

 

 

신부님들! 본당으로 돌아가세요. 여기서 이러지 말고!!!

 

오후 1시 명동성당 가톨릭 회관 앞.

신부님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수녀님들도 모이기 시작한다. 신자들도 군데군데 모여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모이기 시작하는 수가 늘어나고 미사를 준비하기 위해서 제대를 차리고 스피커를 설치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만 모인 게 아니었다. 소위 "자기네" 명동 성당을 지키려고(?) 양복을 차려입은 사목회 임원들도 있었다. "신부님들 본당으로 돌아가세요." "여기서 이러시면 안되잔아요." 나승구 신부님이 나서서 그들과 중재를 한다. 그러다 다른 곳에 있던 신부님들이 한 두분 모여든다. 한 신부님이 화가 나서 자리를 비키라고 고함을 지른다. 다들 속으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고 있다. 문 신부님은 일어나서 지팡이를 잡고 쳐다보고 있다. 사목회 임원들은 계속해서 본당으로 돌아가시라고 한다. 열받은 신부님들이 니네가 사목회 임원이냐, 가만히 있어라 그래도 계속 외친다. 본당으로 가라고... 보다 못한 신자들이 옆에서 사목회 임원들과 한판 붙을 기세다. 그리고 막말도 한다. "이럴꺼면 로만카라를 빼버리라"고. 지네가 주교인가 보다. 문 신부님이 나서서 뭐라고 하신다. 그랬더니 가버린다.

 

 

너무 화가 난다. 지네가 명동성당 주인이란다. 성당의 주인이 본당 신부라면서 불평하던 게 언제인데 벌써 본당의 주인이 사목회로 바뀌었나? "우리 명동성당"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속에서 욕이 나왔다. 몸이 부들부들 떨었다. 저런 사람들이 사목회라고 앉아 있으니 명동성당의 모습이 어떨까! 한숨이 나오고 화만 났다. 신부들끼리 말한다. 사목회 임원 사진하고 이름을 다 올리자고 그래서 어떤 놈들인지 꼭 두고 보자고. 경찰도 신부한테 막말을 하지 않았는데 사목회 임원이라는 사람들은 더 한다.

 

 

 

 

우여곡절 끝에 미사를 시작했다. 늘 그랬듯이 미사는 차분하게 이루어졌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섭외한 "단역"들이 우리 맞은편에서 집회를 열었다. 뭐 돈받고 와서 하는 일인데 웃으면서 넘어가야지. 하지만 그들이 하는 일들은 절대 잊으면 안된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양심을 팔면 안되지! 자식들 보기에 두렵지도 않나! 거짓을 가르치면 안되지!!

 

 

"강 바닥 파헤치는 속셈이 뭘까?"

 

미사 끝나고 들머리에 그대로 주저 앉았다. 밥을 굶으니 할 일 없어진다. 모여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묵주기도를 시작했다. 사목회 임원들 때문에 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세상의 모든 생명과 강들을 위해서 기도했다. 기도를 마치니 모두가 차분해졌다.

 

인천에서 온 젊은이가 텃밭가꾸기 책을 읽고 있다. 4대강에 대해 물었다.

"지금 강이 다 파헤쳤다. 신륵사를 예전에 가봤는데 예뻤다. 4대강 공사 사진을 보니 다 파헤쳐 있었다. 그곳 지킴이 들이 직접 보면 더 심하다고 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고민이 많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대안으로 투표나 집회에 참여하는 것 밖에 없어 암담하다. 당장 막아야하는데..."

암담한 느낌을 강조하는 그는 돈이 그 원흉이라고 했다.

"돈에만 사람들이 현혹되어 있다. 4대강도 결국 돈 이야기다. 용산도 돈 때문에 일어났다. 돈과 엮이면 인간적인 면이 없어진다. 4대강 살리기에 지지하는 사람들도 돈 때문이다. 4대강은 땅부자들이 권력을 잡고 있어서 문제이다. 너무 돈에 현혹되어 사람들이 관심이 없다"며 6월 2일 지방선거와 이런 기도나 집회에 참여하는 것 밖에 없는 대안에 답답해 했다.

 

서울에 사는 노 세실리아 님은 4대강이란 말을 하기 무섭게 "절대 반대"라며 손사래를 친다. 강을 파헤치는 것을 두고 "무슨 쓸데없는 짓"이라며 "속셈이 뭔가 있을 것"이란다.

속셈이 뭘까? "속셈은 다른 것으로 보여 줄 것이 없으니 가식적인 효과를 노린 것" 같단다. "미친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 힘을 모아서 제발 저지 했으면 좋겠다."며 간절히 소망했다.

 

 

처음 몸으로 실천하는 150일 된 새신부님

 

저녁 7시 침묵단식기도를 하는 시간.

하나씩 촛불이 켜지고 강정근 신부님이 여는 마당으로 노래를 하나 했다.

"동동주 술타령 ~ ~" 끝까지 하지는 않았지만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어서 황상근 신부님께서 "역사에 남는 작은 불씨가 되는 일을 하는 여러분에 힘을 모아준다고 하시면 정의를 갈구하는 사람들에 힘과 빛이 되어주라"고 격려말씀을 해주셨다.

 

 

이어서 전주교구 중앙성당 보좌신부 김태환 베드로 신부가 주송을 맡아서 묵주기도와 끝기도를 했다. 김신부는 신부된지 150일 된 가장 어린 신부라고 소개하면서 "신학교 때부터 현실참여에 대해서 생각만 했지 실천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 처음으로 이곳에서 몸으로 실천하게 되어서 그간의 보속을 한 것 같다."라고 말을 건네며 "4대강 사업으로 죽어가는 생명들과 단식기도를 하는 신부님들을 위해서 기도하자"고 지향을 말했다.

 

 

 

깔판하나 깔고 침낭하나 덮고

 

기도가 끝나고 잘 자리를 준비하는 시간.

맨 땅에 깔판하나 깔고 침낭하나 덮고 자야한다. 사목회 임원들이 밤에 쳐들어와서 또 지랄할까봐 잠도 자지 못한다. 그냥 앉아서 있을 뿐....

비가 내린다. 이 비를 맞고 노숙을 해야 한다. 그래도 다행이다. 가톨릭 회관 처마가 넓어서. 그 밑에 모든 신부들이 깔개하나와 침낭 하나 덮고 자고 있다.

 

 

생명을 죽이는 4대강 사업이 완전히 멈추었으면

 

곡기를 끊고 노숙하면서 기도를 한다.

생명을 죽이는 4대강 사업이 완전히 멈추었으면 하고,

국민을 위하는 정치인들이 뽑혔으면 하고,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진실이 진리가 언제나 밝혀지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고,

모두가 모두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고,

우리의 기도가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하느님 우리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소서.

출처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글쓴이 : 정의구현사제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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