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퍼부어 바다만 버린 ‘인공해수욕장’
경향신문 원문 기사전송 2011-07-06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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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여수시 84억원 들여 조성
ㆍ모래 사라지고 쓰레기만
ㆍ1년 만에 개장 못하고 방치
전남 여수시가 지역 시민단체 등의 반대를 외면한 채 84억원의 예산을 들여 도심에 조성한 인공해수욕장이 개장 1년 만에 이용이 불가능한 채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여수시는 “지난해 7월 시전동 웅천택지개발지구 안에 개장한 웅천 인공해수욕장(해변공원)이 해수욕장으로 부적합해 개장을 못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여수시는 전국 대부분의 해수욕장이 이달 초 개장했지만 웅천 인공해수욕장은 독성 해파리떼 등 안전성에 문제가 많아 개장을 미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취재진이 이날 찾아간 웅천 해수욕장의 모래 해변과 목재 데크에는 엄청난 양의 해파리떼가 밀려 들어와 주변을 뒤덮고 있을 뿐, 피서객은 한 명도 없었다.
여수시가 84억원을 들여 조성한 웅천 인공해수욕장에 6일 피서객 대신 해파리떼가 밀려들어 목재 데크 등을 뒤덮고 있다. | 나영석 기자
여수시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수질은 그다지 나쁘지 않지만, 독성이 강한 해파리떼가 여름 내내 밀려들어 ‘해수욕장 시설물 설치 및 관리운영 기준’에 부적합했다”고 설명했다.
웅천 해수욕장은 오현섭 전 여수시장(구속)의 역점 사업이었다.
오 전 시장은 “도심에 명품 해수욕장을 만들면 2012년 세계박람회 때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펴며 인공해수욕장 설치를 추진했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이미 여수 곳곳에 12개의 자연 해수욕장이 있는데 인공해수욕장까지 만드는 것은 예산 낭비”라며 사업 추진을 반대했다.
여수시는 시민단체의 반발을 무시한 채 시장 역점사업이라는 이유로 2007년부터 웅천택지개발지구 해안에 길이 360m, 폭 60~100m의 인공해수욕장 조성을 강행했다.
여수시는 갯벌이던 이곳을 백사장으로 바꾸기 위해 13억6000만원을 들여 다른 지역의 모래 7만245㎥를 실어다 쏟아부었다.
또 소나무밭과 초가 방갈로, 목재 데크, 샤워장, 화장실, 야영장 등을 설치했다. 이 해수욕장은 지난해 7월 준공됐다.
하지만 준공 후 1년가량 지난 현재 모습은 여수시의 예상과는 달랐다. 부어 둔 모래 중 상당량은 물살과 파도에 휩쓸려 사라졌다. 모래밭은 움푹움푹 파인 곳이 눈에 띌 정도다.
이로 인해 해변에서 바다로 가는 길목은 경사도가 심해져 보행 시 안전도 우려되고 있다.
여수시는 뒤늦게 이곳에 ‘이 지역은 경사로 인해 미끄러워 사고 우려가 높은 지역이니 주의하라’는 경고판을 설치했다. 김태성 여수시민협 사무국장은 “부적합한 장소에 부실한 행정이 빚어 낸 결과”라며 “시 관계자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시의회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수시는 이 밖에도 2009년 12월24일 도시계획 시설 재정비를 하면서 당초 ‘해수욕장’으로 쓰기로 했던 명칭을 슬그머니 ‘해변공원’으로 변경했다. 또 해수욕장 조성공사는 시청 공영개발과가 맡았지만 현재는 모래밭과 바다(공유수면) 쪽은 해양항만과가 맡고, 솔밭과 야영장 등 육지 쪽은 공원과가 맡는 등 관리 주체도 나뉘어 있다. 이 때문에 밤이면 취객들이 쓰레기를 마구 버려 주변을 더럽히는 일이 반복되고 있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청소를 맡고 있는 주점식씨(58)는 “주말이면 야간에 쓰레기를 마구 버려 곳곳에서 악취가 나 치우는 데 힘이 든다”고 말했다.
여수시 관계자는 “사업 추진 당시 충분한 비교분석이 이뤄지지 않아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해명했다.
<나영석 기자 ys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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