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승구 신부 “성령이 원한다면 시국기도회 계속될 것”
“주류 거스르는 정의구현사제단 ‘시대착오’ 맞다”
2013.09.30 (월) 12:17:37
한상봉 기자 (isu@catholicnews.co.kr)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정의구현사제단) 대표 나승구 신부가 지난 27일 국민TV라디오 ‘노종면의 뉴스바’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천주교 사제들의 시국기도회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답변했다.
나승구 신부는 먼저 프란치스코 교황의 정치 참여에 관한 발언을 소개하면서 “신자들이 정치에 대해서 무관심하면 정치가 결국 신자들과 국민들, 세상 사람들을 잡아먹을 것”이라는 의미라면서, 신자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공동선을 위한 것이고 “사랑의 의무에 보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에서 시국기도회는 “세상의 불의와 어두움에 적극 대처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에 따르는 일”이며, 이러한 일은 예수를 믿고 따르는 신자의 한 사람인 교황의 발언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황의 발언은 ‘규탄하라는 게 아니라 기도하라는 것’이라는 공박에 대해서는 “물론 규탄, 비판과 기도는 다른 의미”지만, “교회 전통도 그렇고 이스라엘 전통도 그렇고 예언자들이 골방에서 기도하지는 않았다”며 “예언자들은 정치하는 사람들한테 대놓고 드러내고 비난하며, 그들이 올바른 길로 가라고 촉구했다”고 말했다.
크게보기9월 23일 서울광장에서 국가정보원 해체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나승구 신부(앞줄 가운데)와 동료 사제들 ⓒ한상봉 기자
국정원 사건과 관련한 시국선언과 시국기도회가 ‘일부 사제들의 독자적인 행동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 “교회 밖에서는 이게 천주교의 공식입장이냐 아니냐”가 중요하겠지만, 가톨릭교회에는 정의평화위원회 등 공식기구가 있고, 정의구현사제단 같은 비공식활동이 있다며, 각 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참여한 이번 시국기도회는 교회 전체 차원에서 입장 표명을 한 것이기도 하고, 정의구현사제단 차원의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딱히 나누는 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강우일 주교가 이번 시국선언운동을 “성령께서 하시는 일”이라고 말한 것을,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이 “민주주의와 친하지도 않은 성부나 성자나 성령을 들먹이면서 정의 운운하는 것은 우습지 않은가”라고 조롱한 데 대해서 질문에 나승구 신부는 “강우일 주교의 말씀은 15개 교구에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끊임없이 시국선언이 나오고,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대해서, 그리고 국정원의 역할에 대해서 국정원이 우리 민주주의를 훼손한 점을 걱정하고 움직이는 것은 누가 뭘 하라고 해서 하고, 하지 말라고 해서 마는 그런 체계가 아니라 하늘이 시킨 일이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 신부는 덧붙여 “교회에서는 ‘이거 누가 했을까? 어려운 건데 어떻게 되었을까? 일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왔을까?’ 참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을 때, ‘이것은 우리가 한 게 아니라 성령께서 우리를 이끄신 것이다’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고 전했다.
크게보기ⓒ한상봉 기자
‘천주교는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교회는 제 생긴 모습을 보고 남 얘기를 해야 하는 법’이라는 지적에 대해 나승구 신부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고마운 지적”이라며, 가톨릭교회는 ‘교계’이며, 신부들은 사제가 될 때 주교에게 순명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교회는 민주주의와 굉장히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회가 민주주의 제도 안에 있지 않다고 해서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사는 교회의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훼손하거나 무시해도 된다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라며 “저희가 교회 안에서 민주주의가 아닌 또 다른 제도를 따른다는 것은 저희의 약속이고 신념에 따른 것”이지만, “그런 교회 구조 때문에 사회의 구성원이기도 한 신부들이나 평신도들이 세상의 민주주의에 대해 무관심해야 된다는 것은 다르고 분할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이 ‘오늘날 점점 더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 나승구 신부는 “시대착오적인 것 맞다”고 인정하면서 “세상은 조금 더 많은 권력, 조금 더 많은 돈, 조금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따라가지만, 정의구현사제단의 대부분 신부님들은 조금 더 가난하게, 조금 더 어려운 사람과 함께하려고 하고, 또 요즘에는 대한문에서 매일 미사를 한 지 170일이 넘고, 이런 모습들을 보면 요즘 살아가는 대세나 주류하고는 좀 멀어지는 것이니, 시대착오적인 게 맞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을 비난하는 광고를 신문에 게재한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등에 대해서는, “이분들은 중요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항상 등장하시는 단골손님”이라며 “그때마다 이분들이 같은 이름으로 활동하셨으면 좋겠는데, 그 단체 이름을 그때 그때 조금씩 다른 이름으로 활동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어떤 때는 천주교뉴라이트로 하고, 어떤 때는 대한민국수호 뭐, 이런 이름으로 하는데 구성원 면면을 보면 크게 변함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이 공식적으로 국정원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기도 전에 정의구현사제단을 거론하며 비난하는 광고를 낸 데에 대해서 공식적인 대응을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나승구 신부는 향후 시국기도회가 계속될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강우일 주교께서 잘 말씀해 주신대로, 성령께서 계속 일을 하신다면, 그리고 그 하시는 일을 마무리하신다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미리 계획을 갖고 일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을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아직까지는 선거니 뭐니 이런 것을 떠나서 우리 대통령이니까, 대통령의 권한과 의무, 이런 것들이 무엇인지 다시 좀 보셨으면 한다”고 꼬집으며 대통령이 국민을 통치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국민 모두를 살리기 위해 돕고, 조절하고, 통합하길 기원했다. 나 신부는 박 대통령이 어떤 일을 만들어가기 보다 지키기에 급급해 ‘수세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며, ‘여성 대통령’에게 국민들이 걸었던 기대처럼 “국민들을 보듬어 안는, 국민들이 위안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는” 그런 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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