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udato si

[스크랩] [5/28 기도 소식] 미약하지만 작은 힘으로

DOUGH 2010. 6. 1. 18:13

 

 

 

  29일(토), 30일(일)은 생명평화미사와 촛불침묵기도가 없습니다  

 

 

2010년 5월 28일 ㅣ 단식기도 12일째

미약하지만 작은 힘으로

 

 

오늘이 12일째 단식기도. 어제보다는 좀 덜 추운 새벽이어서 그런지 다들 일어나는 모습이 괜찮아 보인다. 힘이 빠질 만도 한데 모두들 열둘이라는 숫자가 의미하듯이 완전함과 충만함으로 기도하고 있다. 이제 우리의 단식기도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우리에게 와서 귀찮게 구는 사람도 없고, 위나 아래나 우리의 존재를 인정한 것처럼 오전 내내 조용하다. 신문도 보고 독서도 하고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쉬기도 하고...

 

 

오전 10경 오세훈 시장이 정추기경을 만나러 간다고 기자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고 사진을 찍거나 인터뷰를 하는 기자들은 하나도 없다. 그것도 그럴 것이 우리가 보지 말아야 하는 신문사 기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오 시장은 차를 타고 우리를 지나쳐 갔고 30분 이상 교구청에 머물렀다고 한다. 서울교구 한 신부님은 “우리를 만날 때는 고작 1-2분, 길면 5분이더니 역시......” 하며 탄식을 한다.

명동성당의 종소리와 함께 낮기도를 바치고 쉬면서 점심을 먹으러 나오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명동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먹을거리를 찾느라 분주하게 움직인다. 우리에겐 관심도 없다. 4대강이나 투표에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시간이 지난 후에는 다들 손에 커피나 음료수를 들고 명동성당을 올라갔다가 간다. 무엇을 생각하며 사는 것일까? 손에 들고 있는 커피는 다 수입품이고 미국상표의 것이 대부분인데... 오직 돈 버는 일에 바빠서 다른 일상은 관심이 없나보다. 어떤 신학자는 현대의 상황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진보와 보수를 초월한 지식 사회의 역사적 교훈에 대한 지독한 망각”이 현 시국을 불러 왔고 “행동하는 지성인, 신앙인이 필요한 때이다.”

 

 

오후 세시 미사시간. 어제와 다름없이 하나 둘 모인다. 미사 시간이 거의 다 되어야 신자들이 모인다. 오늘 주례는 서울교구 이계호 신부님이 맡아서 “신음하는 생명, 자연과 함께 거룩한 미사를 지내자”고 지향을 말씀하시면 시작했다. 강론은 유이규 신부님께서 해주셨다. “이 자리에 모인 것은 배신의 길을 가지 않기 위해서다. 열매를 맺기 위해서 하느님께서 우리를 불러 모으셨다. 우리의 정성이 하느님의 열매를 맺는 재료이다.” “참성전은 순수함을 잃지 않는 것이다. 순수함을 잃은 순간 예수님의 정화의 대상이 된다. 우리는 하느님 앞에서 순수함과 순결함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순수해 질수록 세상을 맑게 변화시킬 수 있다.”

 

 

미사 후에 구속주회 소속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에서 원주민과 함께 생태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칼 가스퍼 수사가 방문했다. 칼 가스퍼 수사는 "오늘 강론 말씀에 너무 큰 감동 받았다. 왜냐하면 신부님 강론 말씀과 저희 필리핀이 처한 상황과 너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1988년 필리핀 주교회의에서 '우리 아름다운 나라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라는 성명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 성명이 나온 이후로 저희 가톨릭교회에서는 생태 문제에 모든 교인들이 관심을 갖도록 해 왔다. 저희가 행동으로 옮기는데도 이 성명이 큰 도움이 되었다. 저희가 지난 20년간 여러 분야에서 생태운동을 해 왔는데, 그 중에서 지반이 약한 곳에 세우려 했던 핵발전소 건설을 막았다. 댐 건설도 멈추게 했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공중 농약 살포도 막으려 노력해 왔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이 일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여기 와서 지구를 지키기 위해 특히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수도자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제가 정말 많이 고무되었다. 현재 한국교회가 그리스인들의 정의와 평화를 위한 활동이 저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며칠 뒷면 제가 필리핀으로 돌아가지만 이번에 보고 들은 것들을 기억하고 간직해 필리핀의 생태 보전 활동에 많은 영감을 받게 될 것 같다. 필리핀으로 돌아가서도 여러분들을 위해 기도할 것이고 예수님 안에서 성령 안에서 하나 되어 어머니 지구를 지키는 일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경험을 우리와 함께 나누었다.

 

 

 

저녁기도시간. 젊은이들이 많이 명동성당으로 올라간다. 우리 기도회에 참석하러 온 것이 아니라 성모성월 특강에 가는 거란다. 그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우리와 함께 4대강사업반대 기도회를 연다면 아마 이명박 정권도 쉽게 무슨 일을 벌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관심이 없는 세상이다. 기도는 전주교구 하철민 신부의 주도로 시작되었다. ‘모든 피조물이 하느님 안에서 살 수 있도록’ 고통의 신비와 끝기도를 바쳤다. 그리고 이어지는 문화공연. 문정현 신부님께서 조성만 열사를 생각하면 ‘부용산’과 ‘사노라면’을 부르셨다. 그리고 박준과 함께 명동 들머리 옆에서 월요일마다 연주하는 가수 연영석님의 열정적인 공연, 시인 서안나님의 “흐르는 것은 천개의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라는 자작시 낭송, 마지막으로 노래공장의 공연이 이어졌다.

 

 

토요일과 주일은 미사와 기도회가 없다. 대신 31일 월요일 오후 세시에 이곳 들머리에서 오만독선 이명박정권 회개를 촉구하는 전국사제수도자 시국미사가 있다. 그래서 오늘은 다들 편하게 잘 수 있다. 주말에 본당에 가서 미사 드려야 하는 신부님들은 짐을 챙겨서 내려간다. 몸이 많이 피곤하지만 그래도 본당 신자들을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은 해야 하니까.

 

 

 

 

출처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글쓴이 : 정의구현사제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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