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대한문 매일미사_0623] 길바닥 미사가 너무 길어진다고 생각하십니까?
길바닥 미사가 너무 길어진다고 생각하십니까?
강론 나승구 신부(정의구현사제단 대표)
그리고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렇게 그 모든 것이 옛날 이야기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죽은 이야기인줄 알았던 이 이야기들이 아직도 효력을 충실하게 발휘하고 있음에 가슴이 저립니다. 올바른 식탁을 꾸리자는 것도, 평화를 지키는 것도, 자연을 보전하는 것도, 진실을 알자는 것도, 도란도란 살던 마을의 안녕을 유지하자는 것도 모두 종북 좌파라는 간단한 손가락질로 받아 넘기면 되는 세상입니다.
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입니다. 갈라져 싸워온 세월을 부끄럽게 여기자는 날입니다. 다시는 그 부끄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말자는 다짐의 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더 안타깝고 부끄러운 것은 그 전쟁이 아직도 계속된다는 것입니다. 비록 남북 간의 문제뿐만 아닙니다. 탐욕과 이기심은 세상을 전쟁터로 만들었습니다. 사회에 나와서 몸뚱아리 하나 재산 삼아 열심히 일해 왔던 공장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났습니다.
함께 살자는 이들과 나 혼자 살기도 힘들다는 이들을 갈라 싸움을 붙여놓고는 팔짱 지긋이 끼고 난 몰라라 하는, 소위 세상을 책임지는 사람들입니다. 그 책임은 시끄러운 소리를 입 틀어막는 것에 충실한 책임입니다. 아쉬울 때는 이것도 해 주겠다, 저것도 해 주겠다 온갖 약속을 다하지만 화장실 갔다 오면 안면을 바꾸는 카멜레온의 책임입니다. 그래서 그 억울함을 호소할라치면 또 반국가 세력, 종북 세력이라고 합니다. 말이 뜻을 잃은 세상입니다.
오늘의 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그 모든 것을 되돌려 주실 것이라는 위로를 주십니다. 그리고 우리는 정녕 이를 믿는 사람들입니다. 사람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느님께서 해 주시리라는 굳은 믿음으로 오늘도 대한문 이 자리에서 낯선 사람들을 옆에 두고 미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믿는 사람들도 때로는 그 한계를 드러내나 봅니다. 이렇게 기도했는데 왜 안 들어 주시느냐는 불평이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언제까지 해야 하냐는 막연함에 대한 짜증도 드러납니다.
하지만 믿음은 시간을 채워서 다함을 이루는 계약은 아닙니다. 다만 하느님께서 그러하셨듯이 살아 있는 사람 곁에 늘 그렇게 머물러 있다면 그곳에서부터 하느님의 뜻은 이루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이곳 대한문에서 배워 알 수 있습니다. 이곳은 우리가 잃었던 사람을 만나는 장소입니다. 우리가 저버렸던 인간에 대한 애정을 다시 되찾는 자리입니다. 그 사람을 만나고 애정을 되찾는 고마운 자리인 것입니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물어봅니다. 언제까지 미사를 할 것이냐고, 언제까지 길바닥에서 이 추루한 꼴을 보일 것이냐고....... 이 고마운 자리에서 빨리 벗어나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사실 고맙고 은혜로운 자리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하루라도 이 자리를 떠나고 싶습니다. 노동자들은 공장으로, 시민들은 휴식의 자리로, 그리고 사제들은 성당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만나러 온 자리에서 아직도 그 온전한 사람을 만날 수 없다면 떠날 수 없는 것입니다. 만나야 할 사람이 아파서 온전히 만날 수 없다면 건강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저버렸던 인간에 대한 애정을 찾고자 왔다가 아직도 인간에 대한 무시와 차별이 있다면 그 모든 것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어쩌면 오래 지속될 수도 있겠습니다. 어쩌면 빨리 끝날 수도 있겠습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께서 그 시기를 정해주셨습니다. 물론 당신의 이름으로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 함께 마음을 모으면 되겠지만 결정적으로는 함께 살아가는 모든 형제들에게서 용서가 가능한 때가 바로 그 때입니다. 사실 매일 분노가 넘치는 곳이 이곳 대한문입니다. 쌍용 자동차의 해고자 동지들이, 그 안타까움에 함께하는 시민들이 사람대접은커녕 쓰레기처럼 버려지고 내휘둘리는 곳이 이곳 대한문입니다.
그런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순간에 용서를 이야기하는 예수님이 야속하기까지 합니다. 차라리 주먹을 불끈 쥐고 벗을 위해 싸우라는 소리가 더 반가운 요즈음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용서 하라 하십니다. 얼마만큼이나?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하라 하십니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일흔일곱 번 용서하기까지는 참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용서를 위해 힘을 주시라고 기도한 지 벌써 76일이 되었습니다. 내일이면 일흔일곱 번의 용서를 한 번 채우는 날이 됩니다. 문득 선한 사람 아흔 아홉보다 회개하는 죄인 하나를 하늘나라에서는 더 기뻐할 것이라는 말씀이 떠오릅니다.
그 죄인 하나를 위해서 아흔 아홉의 선한 사람들이 얼마나 노력했을까? 아흔 아홉을 버리고 하나를 찾는 것이 아니라 아흔 아홉과 함께 죄인 하나의 회개를 위해 기도할 때 우리는 온전한 하느님 나라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혹시 너무 길바닥의 미사와 기도가 너무 길어진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함께 용서를 위해 기도할 일흔 여섯 명의 형제자매를 찾아서 이 자리에 함께 해 주십시오. 우리의 기도는 모두를 살리기 위한 기도입니다. 우리의 기도는 참다운 마음을 담은 사람을 만나기 위한 기도입니다. 마침내 우리의 기도는 이곳 대한문에서 뿐 아니라 분쟁과 미움으로 얼룩진 모든 곳, 종탑과 철탑 그리고 거리에서 닫힌 마음들을 열어 한 마음으로 끌어안는 화해와 일치의 자리로 이끌게 될 것입니다. 온 세상의 평화와 화해가 시작되는 자리, 이곳 대한문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평택에 있는 쌍용차 해고자에게
대한문 매일미사는 희망입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이야기 김수경
저는 평택역과 쌍용차 공장을 왔다 갔다 하면서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미사를 드린다는 소식에 이걸(쇼핑백) 하나 들고 무작정 올라 왔습니다. 처음 미사를 참여하며 가만히 쳐다보니, 저 대한문이라고 쓰여 있는 간판 이름을 사랑문으로 바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 계신 우리 신부님, 수녀님들 뵈며 생각 난 분들이 계십니다. 제가 좋아하는 이해인 수녀님, 이태석 신부님, 데레사 수녀님, 그리고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님 그분들이 생각납니다. 저희가 평택에 있는 저희들에게 이 대한문 매일 미사가 엄청난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고맙고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미사를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여 오늘 통일 기원 미사라고 하셨잖아요. 제가 2006년도에 금강산을 갔었어요. 금강산 관광이 중단위기에 처해 있을 때 갔었는데요. 그때 생각이 납니다. 제가 금강산 갔다 와서 20년 쓰던 핸드폰 번호를 바꿨어요. 아, 통일이 빨리 되어야 하는구나 하면서 바꾼 번호가 82**- 0615로 번호를 바꿨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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